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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책 리뷰

파피용 / 베르나르 베르베르


파피용
국내도서
저자 :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 / 전미연역
출판 : 열린책들 2007.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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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원히 탈출을 계속할 수는 없으니까. "







 흔히 속된 말로 천재와 바보는 종이 한 장차이라고 한다. 이유는 너무도 간단 명료하다. 그 바보 같고도 천재 같은 발상을 증명해냈느냐 아니면 그러지 못했느냐의 차이다. 그 점에서 미루어 볼 때 이 책의 의지이자 주인공인 이브는 천재였다. 그는 다른 이들이 현실성 없다는 망상을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이루어냈기 때문이다. 그는 꿈을 향해 돌진하고 다른 이들은 꿈꾸게 하였으며 완전하지 않더라도 그 꿈을 이루어냈다.그는 비록 한 여성의 생을 망쳐놓았지만 끝까지 책임을 지며, 마침내 사랑하고 아이까지 가지게 되었다.그 과정까지 여러 다툼이 있었고 프로젝트는 꿈을 비웃는 범인들에 의해 무산될 뻔 하지만 결국은 성공했다.


 책의 중반쯤 프로젝트 관련자들은 마침내 바비호를 이륙까지 시켜낸다. 그리고 날개가 펴지지 않던 역경도 이겨내고 순탄하게 간다. 마치 목적을 달성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들의 여행은 제2의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비행 선안에서 마련된 신세계에 다시금 범 인류적인 가치관이 발생한 것이다. 이는 마치 선악과의 저주가 영원히 이어지는 것처럼 보였다.그것은 인류의 한계이자 갈등의 시발점이었다. 유토피아를 향한 첫걸음부터 그들은 비틀거렸던 것이다. 그렇게 갈등 속에서 초기 멤버들의 가치관은 사라지고 나비호는 전 인류가 되풀이했던 과거를 반복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종은 이어졌으나 결국 최후에는 5명만이 남게 된다.


 그들은 2명 만이 탈수 있는 비행선에 탈 인원을 정하고 정해진 2명은 제2의 지구에 착륙한다. 그러나 그들은 갈등을 빚고 여성은 성경과 유사하게 뱀에 물러 죽는다. 그리고 남자는 자신의 갈비뼈로 여성을 만들고 신인류는 그곳에서 다시금 시작한다. 그리고 마지막은 영원히 탈출할 수 없다는 말을 남기고 책은 끝난다.


 인류는 통계적인 특성을 지닌다. 비단 인류뿐만이 아닌 모든 생명체들은 일정한 특성을 지니는 것 같다. 가장 기본적인 특성으로 표준정규분포와 80:20 법칙 등이 있다. 이는 마치 미시세계에서 양자의 위치가 특정되는 확률적인 값과 유사한 것 같다. 관측되는 순간 특성이 정해지며 이는 어떠한 계기로 변할 수도 혹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마치 누군가가 코딩을 해놓은 것처럼 이 세상은 흘러가는 것 같다.그렇다면 그 정해진 룰 속에서 인류 중 최후의 2명이 남게 된다며 그 풍경은 어떠할까. 태초에 신이 정한 대로 참극이 벌어지며 이를 속죄하듯이 파피용과 같은 결말을 맞이할까? 아니면 신을 농락하는 행복한 결말을 보여줄까? 마치 상자 속에 놓인 슈뢰딩거 고양이의 생사처럼 흥미진진한 상상인 것 같다. 


 개인적으론 슈뢰딩거의 고양이처럼 그 상황에 가봐야 알 거 같다. 자신의 마음에 대한 관측자로서 우리는 분명 그 상황에 닥치면 상반되는 마음을 품게 될 것이다. 아무리 도덕적인 성자일지라도 현실이 끌어당기는 욕구에 반하기 힘들고 무자비한 악당일지라도 한 송이 피어나는 희망 속에서의 환희는 거부하기 어려운 법이다. 우연처럼 혹은 운명처럼 우리 마음에 내리는 그 갈등의 비 속에서 우리는 분명 한가지 선택을 강요받게 될 것이고 그 결과를 맞이할 것이다. 마치 우리의 현실이 지금도 그러하듯이. 그리고 이는 분명 인생을 가장 재밌고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