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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책 리뷰

해변의 카프카(하) / 무라카미 하루키

해변의 카프카 (하/ 양장)
국내도서
저자 : 무라카미 하루키(Haruki Murakami) / 김춘미역
출판 : 문학사상 2008.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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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 


 그녀는 나를 사랑하고 있다. 


 그것이 기억이다."





 우리는 연결된 듯 보이지만 단절된 세계 속에서 살고 있다. 미시적이면서도 거시적인 그 단절은 하나의 세계이고, 나의 세계이자, 우리의 세계이다. 우리는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인간의 삶 속에서 청소년기는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 불완전하지만 자신의 완전함을 믿으면서 어른이라고도 어린이라고도 볼 수 없는 과도기적 상태에서 아주 애매모호한 특성을 지닌다. 그 시기에는 형태가 확정적이지 않다. 따라서 조금은 물기 빠진 진흙처럼 형태를 조각해나가며 자신만의 틀을 만드는 아주 중요한 시기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형태를 갖고 굳어지는 순간부터 우리는 그것을 어른이라 부른다. 그렇기에 사춘기 시절에는 확정적인 색깔을 지니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이에 따라 필연적으로 방황이라 부르는 것을 겪는다.


 그들은 다양한 가능성의 집합체이다. 그들은 수평선을 향한 끝없는 길을 걸어간다. 그들은 한 발자국을 걸을 때마다 의문을 가지게 된다. 산다는 것은 걷는 것이고 길은 목표이며 풍경은 환경이다. 질풍노도의 시기로 시시각각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그들은 겁쟁이가 되어 자신을 안으로 꿀꺽 삼킨 채 그 누구보다도 터프해지고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에 대해서 정면으로 맞서게 되는 것이다.


 그들은 그러면서 어른이 되어가고 겁쟁이가 되어가는 것이다. 그것은 세상의 당연한 순리이다. 이 책의 후반부에는 저승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카프카는 그 이상적인 세계 속에서 살아갈 수 있었지만 사에키사의 부탁으로 현실로 돌아간다. 그 이상의 세계는 플라톤의 이데아와 비슷한 형상이었다.


 마지막에 까마귀 소년은 진짜 세계라는 단어를 언급하지만 사실 그의 진짜 그의 세계는 그 이데아가 아니었을까라는 추측을 해본다. 이데아와의 차이점이라면 그곳은 기억의 형상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즉 수많은 이데아가 존재하며 그들 각각은 우리 개개인으로부터 파생되며 우리가 세계의 근본이자 중시이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마치 빅뱅이 우리 각자를 기준으로 파생돼가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살아있는 자들의 기억 속에서 살아가며 존재하는 존재이다. 그렇기에 사에키상이 그 자신대로 존재하려면 카프카가 밖의 세계에서 현실과 마주하며 살아야 하는 것이다.카프카군은 사에키상을 기억하며 살고 사에키상은 그 기억으로 살아간다. 그들이 완전하고 온전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관계는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이제 카프카군은 어른이 되어간다. 그는 그렇게 살아있는 이유를 해변의 카프카를 보며 찾아갈 것이란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