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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책 리뷰

호밀밭의 파수꾼,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
국내도서
저자 :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Jerome David Salinger) / 공경희역
출판 : 민음사 2001.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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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득한 절벽 위에 서 있어.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 주는 거야. 


애들이란 앞뒤 생각 없이 마구 달리는 법이니까.  

그럴 때 어딘가에서 내가 나타나서는 꼬마가 

떨어지지 않도 록 붙잡아 주는 거지. 


온종일 그 일만 하는 거야.."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균형이란 중요하다. 비뚤어짐, 어긋남, 이런 것들은 고난과도 같은 것이지만 인생의 필수 구성요소이기도 하다. 이 예방주사와도 같은 것들은 사춘기 시절 누구나가 한 번쯤은 겪게 되는 쓰라린 추억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쓰라림은 우리에게 더욱 견고하고 강한 뿌리를 얻도록 도와준다. 어른이 되기 위한 양분과 그것을 지탱할 뿌리, 초석을 쌓게 끔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 소설은 그 과정 속에 놓인 홀든의 이야기이다.


 그는 거짓말쟁이다. 비포장 된 도로 위를 걸으면서, 정돈된 도로를 걷는 사람들을 보며 자신도 그들과 같은 길을 걷고 있음을 주장한다. 그러나 그들은 그가 자신들과는 다름을 알기에 냉정히 대한다. 그는 그러한 냉소 속에서 더욱더 이를 조롱하며 어긋나간다. 그는 애초에 타인과 관점이 다르다. 같은 것을 봐도 그 결과가 다르다. 그는 세계의 심장이자 가장 번화한 도시 뉴욕을 보며, 물질만능 주의에 타락하여 차갑고 쓸쓸한 곳이라 말한다. 그는 범인들의 선망을 한 낯 신기루에 불과한 저속한 것이라 평가한 채 자신의 주장만이 옳음을 피력하고 있다.


 그는 범용이란 단어와 동떨어져 있다. 그의 발걸음은 법과 질서로 정돈된 도로 위가 아닌 야생의 수풀 속을 지나며 스스로의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는 거짓을 사랑하는 듯 보였지만 오히려 혐오한다. 타인과 일상적인 교류에  있어서 필요한 가식, 과시, 허영 등 겉치레에 불과한 가면을 역겨워하며 그 가려진 본질이 갖는 순수함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가 형이상학을 더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게 했으며, 그와 현실 사이에 괴리를 더욱 크게 만들어 그를 홀로 서 있도록 만들었다.


 그는 고독하다. 외로움은 그를 거짓말쟁이가 되도록 만들었다. 삐져나온 그의 이상은 그를 미운 오리 새끼처럼 계속해서 무리에 적응하지 못하게 했다. 그렇기에 그의 거짓말은 독설이 되어 세상을 부수어 나갔다. 그러나 모든 것을 부수기에는 그의 사랑은 너무나도 컸다. 


작 중에서 한 택시기사는 홀든에게 말한다. 물고기들은 얼음 속에서도 살고 그냥 살고, 그게 사는 거라고. 그게 물고기들의 법칙이며 대자연의 보살핌이라고. 그렇게 세상의 순응하는 순리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미운 오리에게는 닿지 않았다. 사실 그 소리는 그의 고막을 상당히 거칠게 어루만져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 있어서 끔찍한 피아노 소리에 열광하는 멍청이들 과도 같은 몰개성은 고독보다도 더 견디기 힘든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사실 누구보다도 순수하고 거짓됨을 증오한다. 그것은 그의 성숙하지만 어린 여동생을 통해 나타난다. 그렇지만 세상은 그의 여동생과는 다르다. 그렇기에 그는 부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거짓을 씻어내기 위해서는 그가 거짓이 될 수밖에 없었다. 철학자 니체는 이러한 말을 했다. '당신이 심연을 바라볼 때, 심연 또한 당신을 바라본다.' 이처럼 어둠은 그것을 벌하려는 자에게도 스며든다. 따라서 그가 범용이란 단어와 동떨어져 있을지라도 과연 그를 정신이상자로서 혹은 낙오한 인간으로 봐야 할지는 나는 의구심이 든다. 그는 '거짓'과 '순수'라는 가장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를 지니고 자신이 잘 못됨을 통해 세상 또한 잘 못됨을 밝혀낸 일종의 선구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