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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책 리뷰

해변의 카프카 (상) / 무라카미 하루키

해변의 카프카 (상/ 양장)
국내도서
저자 : 무라카미 하루키(Haruki Murakami) / 김춘미역
출판 : 문학사상 2008.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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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대부분은 본래 자신에게서 떨어져 나간  나머지 반 쪽을 필사적으로 찾아 헤매면서 
  부질없이 인생을 보내게 되지."

 

 

 

 

 자아라는 것은 실체 없는 벽에 둘러싸인 공간과도 같다. 본래 존재한다고 혹은 그렇지 않다고도 확언은 할 수 없는 무엇과, 인식과 존재의 불균형으로 인해 우리는 그것을 흐릿하게나마 느끼고 있다. 어쩌면 간악한 소망이기도 하고 혹은 환영에 불구할지 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하더라도 우리는 그 가상의 벽들을 쌓아 올림으로서 자신이란 성에 자아를 만들고 타인과 구분 지어 스스로를 창조해 낸다. 

 

 그 속에서 우리는 무한의 가능성을 지니며 자신이 행하고자 하는것은 무엇이든 하는 전지전능을 두르게 된다. 그리고 그 벽 속에서 생활해 가며 타인과 자신을 구분 짓는 특성인 개성을 가지게 된다. 그중 가장 단단한 벽은 나라는 형태를 가장 확실하게 지지해 주는 것은 어쩌면 그들조차 무에서 시작하여 무로 창조된 벽들로 둘러싸인 부모와 가족일 것이다. 하지만 그 신기루와 같은 벽은 나에게는, 사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에게 그 벽은, 태초에 빛과 함께 생겨난 유일무이한 푸르른 대양과 대지일 것이다. 만약 그 두 개의 큰 벽을 상실하게 된다면 우리의 자아는 확고해지기 전에는 그 유형의 액체와도 같은 것은 흘러내려버릴 것이다. 그리고 세상에 이내 녹아버려 무엇도 구분 짓지 못한다. 그리고 이것은 많은 문학에서 다루는 부모의 부재에 대한 본질일 것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 중에 하나가 이 해변의 카프카이다. 

 

 그는 아버지에게 저주받으며 어머니와 누이를 잃는다. 그리고 자신의 손으로 아버지를 죽이고 그 저주에 근접해 가고 있다. 이 이야기는 몽롱하다. 마치 질서 전체를 부정하듯이 비현실이 현실로 다가오며 둘은 하나이자 둘이고 죄인이자 선인이다. 절대적인 가치관이 없다. 진실이 없다.마치 태초에 세상이 존재하기 전에 혼돈으로 빠져든 것 같다. 그리고 주인공은 그 혼돈 속에서 빛나는 반지를 찾듯이 헤매고 있다. 어쩌면 그것만이 그를 그 자신이라는 형태로 잡아줄 매개 체인지도 모른다. 

 

 그는 어떠한 단서도 없이 엄마를 찾아 떠난다. 사실 이유의 부재를 대며 도망치듯이 가지만 그는 잃어버린 벽을 찾아 본능에 이끌리듯이 떠난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 중 누나일지도 모르는 혹은 누나가 아닐지도 모르는 사람과 만난다. 그는 실체 없는 저주에 시달리며 자신의 부 도덕 함에 절망한다.하지만 그 속에서도 나아간다. 그는 태초에 탯줄을 찾아 헤매기라도 하듯이 떠난다. 계속해서 간다. 그는 마침 자신이 품어졌던 지구와도 같은 아늑한 장소를 찾게 되고 그곳에서 그녀를 만난다. 빈 껍질만 남아 죽지 못해 살아가는 아름다움이자 모성을 만나게 된다.